[스크랩] 마지막 모닥불
마지막 모닥불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우리 마지막 마주 앉을 자리는 이런 해장국집이 제격이리 너도 오늘 같은 날은 국밥에 술 한 잔 걸치고 싶을 거라 그래 네 잔도 함께 놓고 술 따르고 쨍 하고 잔 부딪치고 찬 술을 마신다 밤샘하며 마신 술 위에 붓는 술은 쓰지도 달지도 않고나 싱겁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고나 그곳에 가도 이곳 술 인심만은 잊지 말라고 남은 술 마저 철철 넘치도록 채워주고, 일어선다 옛날에 냄새 나는 하천부지였다가 시 주차장이 되었고 새벽이면 인력시장이 선다는 곳 지름길인 그 어두커니 길에 피어 있는 모닥불 두 믓 그 가로 한돌림으로 엮여 있는 사람들 아직은 아무 데로도 팔려 가지 않은 사람들 (너는 저세상에 팔려 갔는가 속절없이 두 손 들고 들어갔는가) 하나같이 불을 향해 손들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 갓난애처럼 쥐엄쥐엄 주먹을 폈다 오므렸다 할 사람들 손목뎅이 한 오라기 들이밀 틈이 없어 우리는 그들의 등에 등을 맞대고 돌아섰다 희끗희끗 비치는 듯하더니 어느새 비껴 날리는 싸락눈에 얼굴 내주고 등골을 말린다 그러고 보니 줄곧 누워 지낸 네 허리도 눅눅하겠구나 그나마 지닌 체온 다 빼앗겨 버린 지금 이 온기 몇 점 불티처럼 불려가 네 척수 덮혔으면 좋으련만 아냐, 괜찮아? 곧 불가마 들어가 원없이 몸 녹일 테니 걱정 말라고? 그곳에 가면 등 지질 따신 구들방 또 있을 거라고? 그래도 서로 등 비벼댈 사람없이 너 혼자라면? 우리는 유난히 추위를 타는 그에게 건네줄 불시울 한 줌씩 가까스로 껴입었다. 발인이 시작되었는지 병원 후문 쪽에서 울음소리가 사위어 가는 모닥불의 마지막 불꽃처럼 확, 솟아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