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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첫눈 오는 날 만나자-정호승/Only yesterday

여행가2 2010. 5. 2. 10:51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을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 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Only yesterday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토록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은 첫사랑과 같은 것인가.

다시 첫눈이 오는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창밖을 본다.

거리의 나뭇가지마다 켜켜이 눈이 쌓여 있고 하늘은 더욱 푸르다.

첫눈이 내렸을때 만나고 싶은 사람,

그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출처 : 迎瑞堂
글쓴이 : 素夏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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