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강의 발견자들 강의 발견자들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강가에서 나는 울었노라, 라고 너는 쓸 수 없다 바벨론의 여러 강가가 아닌 한강 강변에 앉아서도 너는 운 적이 없으므로 울지 않았으므로 어느 강가에도 너는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세월이 흐른 후 강에서 멀리 외따로 떨어져 너는 백지 ..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6.26
[스크랩] 입 김 입 김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불랙 홀처럼 한 공간이 나의 입을 벌리게 한다 끌어 당긴다 나 또한 마구잡이로 휘몰려가는 것이 아니라 슬몃슬몃 나의 숨결을 풀어 놓는다 나와 우주 공간의 입맞춤! 숨구멍끼리 한바탕 어우러진다 내가 마음놓고 빠져 나간다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6.26
[스크랩] 이 슬 이 슬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아직 누구에게도 뜨거운 눈물 한번 안 쏟았어야 그래 휘휘 발목 잡아당기는 너 시퍼런 새벽 이슬이여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6.26
[스크랩] 꽃 들 꽃 들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간밤에 그렇게 파랗게 치를 떨다가 붉은 신음으로 끙끙 앓다가 끝간 데 없이 캄캄한 미로를 헤매이다가 식은땀 흘리며 백지장 같은 얼굴로 쓰러졌다가 새벽이면 보란 듯이 일어나 푸르고 붉고 검고 하얀 꽃들을 피워 올리는 것들이여 나는 겨우 뒤를 ..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28
[스크랩] 한 그루 나무처럼 한 그루 나무처럼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말죽거리 여물먹고 자랐나, 난쟁이 겨울산 능선 위 노을을 배경으로 반팔 간격으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내가 그 앞에서 서성이는데 나무 하나가 반팔을 거두고 나를 끼워주었다 나무들은 말없이 산을 내려가는 사람을 굽어보고 막 불..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의자왕의 죽음 의자왕의 죽음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천리 만리 밖 왕후장상의 입김 가피는커녕 개도 안 먹을 양반의 사돈의 팔촌 발뒤꿈치 때에도 못 미치는 혈통을 갖고 태어나 오직 근면 성실한 노력으로 초시 진사과에 합격해 일개 서생으로 일관했다 사초에 오를 만한 행적도 시시한 서훈대..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그림자 그 림 자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어쩌자고 그렇게 줄기차게 따라붙는지 허울도 허깨비도 허풍선이도 한데 모아 쥐어짜면 피 한방울 흐르련만 아이고 오살할, 피눈물도 없는 이 찰거머리! 그래서 내 몸이 항시 이리 무거운가보다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꽃 잎 꽃 잎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이마 위에 핀 꽃은 못 보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의 향기는 못 맡고 어느날 발밑에 떨어져 한데 어우러진 꽃잎을 본다 어렵게 다투며 한사코 피었으리 누가 기다렸나 누구를 향해 자기를 열었나 (누구를 위해 자기를 버렸나) 그 꽃잎 짓밟고 한번 더 짓..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상한 갈대는 꺽어라 상한 갈대는 꺾어라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웅얼웅얼하는 저 머리 허연 소리꾼들 베옷 입은 몸 햇빛에 바래고 바래 탈진한 듯 휘청, 바람에 옆으로 쏠리다가 제자리 찿으려고 발버둥치는 저 허한 소리꾼들 나도 한때는 거기 끼여 흔들렸거늘 거짓 몸짓으로 거짓부렁 울음으..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마지막 모닥불 마지막 모닥불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우리 마지막 마주 앉을 자리는 이런 해장국집이 제격이리 너도 오늘 같은 날은 국밥에 술 한 잔 걸치고 싶을 거라 그래 네 잔도 함께 놓고 술 따르고 쨍 하고 잔 부딪치고 찬 술을 마신다 밤샘하며 마신 술 위에 붓는 술은 쓰지도 달지도 않고나..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