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는 꺾어라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웅얼웅얼하는 저 머리 허연 소리꾼들 베옷 입은 몸 햇빛에 바래고 바래 탈진한 듯 휘청, 바람에 옆으로 쏠리다가 제자리 찿으려고 발버둥치는 저 허한 소리꾼들 나도 한때는 거기 끼여 흔들렸거늘 거짓 몸짓으로 거짓부렁 울음으로 울음 울었거늘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으로 구부러졌거늘 그들 중에서 누가 “상한 갈대는 꺾어라!” 소리치면 움츠러들었거늘 할 수 없이 허리 꺾고 무너졌거늘 그리하여 마침내 발 빼고 발가락 뽑아 나는 단신으로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웅얼웅얼하는 저 머리 피 훌렁 빠진 소리꾼들 “상한 갈대는 꺾어라!” 등 뒤에서 누군가 또 단호한 목소리로 외칠 때에는 모가지 꼿꼿이 세워 소리칠 때에는 바닥에 납작 엎으러지고 싶거늘 죽은 듯이 죽어버린 듯이 자는 체 하고 싶거늘
|
'영상시와 좋은글 > 박해석시인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림자 (0) | 2014.04.06 |
---|---|
[스크랩] 꽃 잎 (0) | 2014.04.06 |
[스크랩] 마지막 모닥불 (0) | 2014.04.06 |
[스크랩] 기쁜 마음으로 (0) | 2014.04.06 |
[스크랩] 밑줄 한줄 (0) | 2014.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