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쁜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너희 살을 떡처럼 떼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너희 피를 한잔 포도주처럼 찰찰 넘치게 따르어 달라고 하지 않으마 내가 바라는 것은 너희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조그만 틈을 벌려주는 것 조금씩 움직여 작은 곁을 내어 주는 것 기쁜 마음으로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밑줄 한줄 밑줄 한줄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책을 읽다가 오랜만에 밑줄을 긋는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그는 온갖 ······” 이 말을 우리가 쓰지 않게 된다면 우리가 더는 읽을 수 없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태어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장차 무엇이 될 것인가 ......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오월을 건너가는 나비에게 오월을 건너가는 나비에게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쉴 참이었는지 쉬가 마려웠는지 꽃다지 꽃판 위에 편히쉬어 하고 있던 노란 저고리 한 장 갑자기 눈앞에서 솟아올라 깨금발로 뛰어갔다 어디로부터 오는 길이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이곳을 지나 어디로 가느냐고 다리품 팔며 팔며 ..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4.04.06
[스크랩] 벽 벽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밤낮없이 은밀하게 초대받은 손님만 받는 빙고호텔 객실의 한 방에 놓여 있는 쇠의자 때문에 벽은 하루도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폭력을 피해 쇠의자와 함께 제 가슴팍으로 넘어오는 손님을 보듬어안느라 벽은 그 쇠의자 등받이 ..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3.10.16
[스크랩] 숨은 사랑 숨은 사랑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사무친 마음의 잔가지를 쳐내고 쳐내고 마지막 남은 한 가지를 굵은 삼베올로 칭칭 엮어 보냅니다 풀어서 당신의 나무에 접붙여주십시오 먼 훗날에 조용히 뜰에 나가보겠습니다 덧나지 않은 푸른 잎사귀 하나 나부낀다면 당신의 사랑이라고 생각..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3.10.13
[스크랩] 첫눈에 첫눈에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첫눈에 혹해서 첫눈에 홀딱 반하여 첫눈에 몸과 맘 다 빼앗겨 첫눈에 넋을 잃으니 첫눈에 슬픔뿐이다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3.10.13
[스크랩] 별 하나가 내려다본다 별 하나가 내려다본다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멀리 지구라는 별을 오늘밤 별 하나가 내려다본다 일직 몸 사루고 하늘에 올라 아직 다 꺼지지 않은 불로 반짝이는 별 하나가 조그만 나라의 산동네 후미진 골목 작은 방에서 모처럼 한데 모인 식구가 물방울 소리로 도란거리다 이윽고..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3.10.13
[스크랩] 네 눈 속의 메아리 네 눈 속의 메아리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산에도 골짜기에도 살지 않는 메아리 바람으로 새들로도 울지 않는 메아리 꽝꽝 얼음장 하늘 속 재갈 물린 메아리 멀리 찾고 찾다 돌아와 네 앞에 섰다 아, 네 눈 속의 메아리 ! 내가 헤매고 헤맨 그 금송아지, 오롯이 한줄기 빛으로 흘러나..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3.10.13
[스크랩] 하늘은 저쪽 하늘은 저쪽 시 : 박 해 석 사 진 : 김 성 용 오늘 나는 비번이다 아내와 번차례로 파수를 서는 곳 끌탕을 치며 허탕을 치며 밤과 낮을 살아야 하는 곳 그곳에서 나는 오늘 해방되었다 바람아 구름아 나하고 놀자 너희는 맨날 비번이니 오늘도 비번 아니냐 그러니 내 비번 동안만이라도 나..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3.09.16
[스크랩] 비무장도시 비무장도시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아 나는 살고 싶다. 이 도시를 전복시키려는 단풍 쿠테타 낙엽 게릴라 앞에 무장해제당한 채 두 손 높이 들고 쩔쩔매며 단 이틀만이라도 영상시와 좋은글/박해석시인의 방 201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