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우리가곡

[스크랩] 향수

여행가2 2010. 5. 25. 02:05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출처 : 사대부고15
글쓴이 : 一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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