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자작나무 껍질에 편지를 쓰던 그 숲 인제 점봉산
설피밭~단목령~강선골
숲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인제 점봉산이다. 한계령을 가운데 두고 설악산과 마주 보고 있는 이 산의 숲은 깊고도 깊다. 속 깊은 점봉산의 품으로 드는 곳이 진동리 설피밭이다. 설피밭 삼거리에서 강선골과 단목령으로 길이 나뉜다. 우선 단목령으로 향한다. 강선골 갈림길에서 내친걸음으로 직진하면 계곡을 건넌다. 길은 원시의 숲으로 난 산책로처럼 부드럽고 편안하다. 삼거리에서 단목령까지는 15분이 채 안 걸린다. 단목령의 시원한 숲 그늘에서 쉬다 보면 원시림을 이룬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껍질이 종이처럼 벗겨지는 자작나무며 키가 허리춤밖에 오지 않지만 수령이 200년을 훌쩍 넘는 잣나무, 박달나무, 음나무, 물푸레나무 등 마치 식물도감을 펼쳐놓은 것처럼 다양한 수목들이 앞다퉈 통기한다.
설피밭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강선골로 간다. 20분쯤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을 꼽으라면 당연히 첫손에 들 만한 길이다. 이 길은 차는 오갈 수 없다. 사람들만 다니는 널따란 길이 활엽수림 속으로 나 있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이 길을 걸으면 푸른 비에 젖는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깊다.
길라잡이 점봉산은 국유림관리소에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숲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강선골이나 단목령을 가려면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1-2401)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무단으로 출입하다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6월부터 10월까지는 삼거리~강선골의 경우 일반인의 출입을 막지 않는다. 그래도 사전에 확인을 하고 가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진동 2리 장은경 이장(011-9793-7790)에게 문의해도 된다.
볼거리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지척에 방동약수가 있다. 이 약수는 300년 전에 이곳에 사는 심마니가 발견했는데, 아이 장딴지만 한 굵기의 산삼을 캤는데, 그곳에서 약수가 솟았다고 한다. 방동약수는 철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약수터 주변이 온통 붉다. 약수는 철분 탓에 약간 비릿하지만 속이 후련하다. 방동약수에서 고개를 넘으면 아침나절에만 해가 든다는 오지, 아침가리골이다. 또 방태산자연휴양림에 있는 폭포들도 놓치기 아깝다.
교통 서울에서 양평을 거쳐 44번 국도를 따라 홍천으로 간다. 홍천을 지나 인제 방향으로 달리다 철정에서 451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31번 국도와 만나 상남을 거쳐 기린면에 닿는다. 기린면 소재지에서 우회전해서 방대천을 따라가면 방태산자연휴양림 입구~쇠나드리~설피밭으로 이어진다.
숙박 설피밭에는 설피산장(033-463-8153), 풀꽃세상(033-463-2321)을 비롯해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펜션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2. 마지막 남은 ‘조선의 큰 길’ 문경 토끼비리
돌고개 성황당~석현성~토끼비리
조선시대의 큰길은 모두 한양으로 통했다. 이 길은 한양을 중심으로 X자 모양으로 나 있다. 한양에서 의주로 가는 길은 ‘서로’, 함경도 서수라로 가는 길은 ‘북로’, 전남 강진으로 가는 길은 ‘삼남로’, 부산포로 가는 길은 ‘남포’ 또는 ‘영남대로’라 불렀다. 경북 문경시 마성면 진남교반에 있는 토끼비리는 번성하던 영남대로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길이다.
토끼비리는 왜적의 침입을 방비하기 위해 쌓은 석현성에서 산비탈을 따라 1.5km쯤 이어진 후 영강을 건너간다. 석현성에서 영강까지 이어진 길은 높이 20m 내외의 까마득한 벼랑을 따라 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할 만큼 깎아 지른 절벽이다. 영남을 가려면 반드시 이 길을 통과해야 했다.
이 길이 토끼비리라 불리게 된 데는 전설이 있다.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백두대간을 넘어왔다. 그러나 이곳 관갑천에 이르자 갑자기 길이 사라지고 절벽이 가로막았다. 군사들이 나아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때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타고 달아났다. 왕건은 군사들을 이끌고 토끼가 간 길을 따라 진군해 무사히 이 구간을 지날 수 있었다. 그 후 ‘토끼길’이란 뜻으로 토천이라 불렀고, 이 고장 사람들은 토끼비리라 부르게 됐다.
길라잡이 토끼비리를 돌아보는 길은 편도 1.5km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어 평탄하다. 다만 나무난간이 철거된 상태라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 석현성에서 고모산성은 연결되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토끼비리와 고모산성을 포함해 1시간이면 넉넉하다.
볼거리 고모산성에서 영강을 건너가면 진남역이다. 이곳에서 레일바이크가 출발한다. 코스는 불정역과 가은역 방면 두 가지. 불정역은 영강과 진남교반의 계곡미를 즐기면서 탈 수 있다. 진남역(054-553-8300)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로 나온다. 3번 국도 점촌 방면으로 달리다 진남교반 휴게소에서 U턴해 1km쯤 되돌아오면 오른쪽으로 ‘고모산성’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따라 500m 가면 주차장이다.
숙박 진남역 주변에 펜션과 민박집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