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발견자들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강가에서 나는 울었노라, 라고 너는 쓸 수 없다 바벨론의 여러 강가가 아닌 한강 강변에 앉아서도 너는 운 적이 없으므로 울지 않았으므로 어느 강가에도 너는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세월이 흐른 후 강에서 멀리 외따로 떨어져 너는 백지 위에 집을 그리고 길을 만드는 일에 복무했다 유행에 뒤떨어진 가사를 적어 넣으며 어머니를 팔았다 누이를 불러냈다 흥부 형수의 주걱 밥풀떼기에 입맛 다시는 가난동무에 정을 주었다 그때마다 조롱하고 충고하는 자가 있었으니 이봐, 그런 구닥다리 노래로는 근사한 가수가 될 수 없어 장돌뱅이 약장수 각설이 품바꾼도 들어주지 않을걸 젊은 뮤즈들을 보라고 눈부신 언어의 전신갑주를 걸친 처녀들의 부푼 가슴을 날카롭게 위무하는, 어둠 속 한 줄기 빛에 탐닉하는 저 하루살이를 가지고 무엇을 쓰겠나 사악한 뱀의 지혜를 낡은 봄을 무찌르는 탱크를 그 탱크를 뛰어넘어가는 나비의 날렵함을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영혼을 그로테스크한 유희를 그런 노래를 적었던들 너는 외롭지 않았을걸 열외의 쓴맛을 맛보지 않았을걸 파리떼의 날갯짓 소리에는 태연히 미소지었을걸 너를 치도곤한 네 노래는 거기 있어라 장미나무 매화나무가 아니면 어떠냐 나가미 아래 썩어 문드러진 생강나무 진액 매운 재 되어 바람에 날리는 그 속에 네 노래는 있어라 발치에 흐르는 강이 멀리 깃발처럼 흔들리며 올 때 단풍 빛깔로 한소끔씩 밀물져올 때 노래로 시든 내 생이 혹시 너를 아프게 했는지* 자문하며 마침내 강가에서 나는 목놓아 울었노라,라고 쓸 수 있을 때까지 네 노래는 거기 있어라 *로르카(1899-1936): 스페인의 시인·극작가.
|
'영상시와 좋은글 > 박해석시인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입 김 (0) | 2014.06.26 |
---|---|
[스크랩] 이 슬 (0) | 2014.06.26 |
[스크랩] 꽃 들 (0) | 2014.04.28 |
[스크랩] 한 그루 나무처럼 (0) | 2014.04.06 |
[스크랩] 의자왕의 죽음 (0) | 2014.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