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의 죽음 시 : 박 해 석 사진 ; 김 성 용 천리 만리 밖 왕후장상의 입김 가피는커녕 개도 안 먹을 양반의 사돈의 팔촌 발뒤꿈치 때에도 못 미치는 혈통을 갖고 태어나 오직 근면 성실한 노력으로 초시 진사과에 합격해 일개 서생으로 일관했다 사초에 오를 만한 행적도 시시한 서훈대장에 잉크 묻힐 업적도 없이 오로지 열심으로 붓만을 놀리다가 어느 날부턴가 나라가 산산조각 나고 그 조각난 것들이 돈푼깨나 있는 자들에게 허섭스레기로 팔려나가는 꼴을 당하게 되었다 한술 더 떠 무너진 사직을 다시 세우고자 미관말직에게까지 사직을 권고하는 군주의 명을 받든 수하들의 눈총에 마음 졸이다가 의지할 데는 오직 의자밖에는 없어 죽도록 편애해 마지않은 의자 위에서 죽었다 삼천 송이 벚꽃이 황홀하게 낙하하는 봄날에 재위 A.D. 1974~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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